애플이 지난여름 내놓은 애플 워치 7의 상품 기획과 마케팅 실행이 어떠한 과정에서 이뤄졌는지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다. 기업의 상품기획은 직관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또 데이터에만 의존하지도 않는다. 특히 충성 팬을 보유하고 있는 유력 브랜드들은 기존 팬들을 붙잡아 놓을 수 있는 감성 마케팅을 기반으로 새로운 사용자를 유입시키기 위한 데이터 마케팅을 동시에 실행한다.
애플 감성? 애플의 마케팅 전략을 다 설명 못해
애플 고유의 높은 브랜드 감성이 지금 애플이 모바일 시장 내 절대권력을 구축한 기반임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그것이 애플 신화의 모든 것은 아니다. 애플은 자신의 왕국을 위협하는 삼성의 갤럭시, 중국의 샤오미 등의 견제를 방어하고 애플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포스팅은 영업전략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니까 이 정도로 줄이고, 여기서는 애플의 마케팅 전략 더 좁게는 광고기획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지난 7월 프로야구 중계를 보던 중 위의 광고를 보고 정말 감탄해 마지않았다. 영상에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애플 감성이 고스란히 녹아 있음은 물론 데이터를 활용해 사용자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마케팅의 정석을 충실히 따르는 애플의 기본기가 반영돼 있었기 때문이다.
좋아요를 추종하는 건 하수의 전략, 고수는 싫어요가 더 궁금하다
이제 막 블로그,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시작한 창작자라면 가장 받고 싶은 건 대중의 관심, 긍정적인 피드백이다. 이는 '구독' '좋아요' '관심설정' 같은 정량적인 수치로 나타나고 창작자는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음 콘텐츠를 기획하기 마련이다.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행동이고 보증된 성공 플로우다.
그러나 샤넬, 나이키같은 글로벌 공룡 브랜드에게는 팬들의 '좋아요'가 더 이상 감동이 되지 않는다. 이들에게는 유행을 만들 수 있는 권력이 있기 때문이다. 당장 내일 이들이 무언가 만들어 시장에 내놓으면 기계적으로 '좋아요'를 보내줄 충성스러운 고객층이 시장에 존재한다. 그러나 시장이 얼마만큼 확장될지는 미지수다.
유행을 창조할 수 있는 고수 원하는 건 새로운 시장 개척이다. 그래서 이들은 아직 한 번도 자기들의 상품을 써보지 않은 신규 사용자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런 상품 기획을 위해서는 이미 자신의 브랜드를 경험해본 사용자의 부정적인 피드백이 필요하다.
기존 사용자의 부정적인 피드백을 다음 상품기획의 소구점으로 삼아라
애플 워치6를 사용한 사람들 중 대다수는 이미 애플의 충성스러운 고객이었을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애플 워치 6에 만족했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일부는 부정적인 경험을 했으리라. 그 이유는 운동 도중에 외부 충격으로 인해 스마트 워치가 파손되거나, 물놀이 도중 방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디바이스 안으로 물이 들어가는 따위의 경험을 했을 것이다. 수백만 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구입한 고가의 디바이스가 파손되는 건 고객 입장에서는 굉장히 실망스러운 일이다. 그것이 누구의 책임이냐를 따지는 것은 의미 없다. 사용자는 그 일은 겪자마자 조금 더 튼튼하게 제품을 만들지 못한 애플이 무조건 원망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고객님, 전자기기는 원래 조심해서 사용하셔야 해요'같은 입바른 소리가 지금 귀에 들어가겠느냐는 말이다.
애플은 현명한 기업이기 때문에 그런 소리를 사용자에게 하지 않는다. 다만 그런 데이터를 모아 보다 충격에 강한 상품, 수영을 하더라도 방수가 완벽한 모델을 기획해 애플 워치 7시리즈를 시장에 내놓았다. 그리고 이런 특징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광고를 기획했다. 미국의 MZ세대가 열광하는 익스트림 스포츠 장면과 다양한 외부충격에도 끄떡없는 애플 워치 7의 모습. 이 광고를 본 사람은 적어도 머릿속에 한 가지 메시지는 갖게 된다.
'와 애플워치7은 굉장히 튼튼한 제품이구나'
당장 애플워치를애플 워치를 사지 않더라도 만약 그가 스마트워치 모델을 고를 때 내구성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그는 애플 워치를 선택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애플은 애플 감성이란 직관의 매력은 물론 사용자의 경험이란 데이터를 황금비율로 섞은 놀라운 마케팅을 기획하고 실행할 줄 아는 이 시대의 트렌드 세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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